- 모세종 자립지원센터내비두 운영위원 칼럼 -
[편집자주] 저출산과 고령화, 저성장과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사회·경제적 진출의 기회와 폭이 줄어들었다. 청년은 취약계층으로 내몰렸다. 정부는 청년 문제에 대한 해법을 ‘경제적 어려움’으로 단순화시켰다. 이러한 ‘언 발에 오줌 누기’식 정책으로는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역부족이며, 청년은 여전히 ‘아프다’. 이에 청년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경험적, 심층적으로 통찰해 근본적인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글 싣는 순서]
➀ 청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가?
➁ 청년 자립의 패러다임 전환
➂ 보건복지부의 고립·은둔청년 지원 시범사업의 과제
고립·은둔 청년에게 설문조사를 하면 고립·은둔의 이유 1순위가 실업이라고 한다. 가장 어려운 것이 생계비라고 답한다. 다른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물어보아도 같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부는 일자리제공과 현금 지원 등 경제적, 물질적 기회에 우선적으로 집중하였다.
일자리, 생계, 주거, 교육, 의료 등 물질적 기회가 주어지면 자연스럽게 청년이 자립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여 자립할 것이라 가정에서다. 기성세대는 ‘진로’가 있다는 전제에서 ‘수많은 진로가 있다. 네가 찾고 선택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청년은 그게 자신에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묻는다. 의미가 없으면 없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직장에 다녀 보니 ‘사람’이 너무 무서워 ‘일’이 너무 힘들다고 한다.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은 생활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줄 뿐, 자립 역량을 키우는 데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현실이 이렇다면, 정부의 가정이 맞지 않는 게 아닐까?
현장에서 고립·은둔 청년을 비롯한 사회적 취약 청년을 지원해 온 지원가들은 다르게 말한다. “청년들이 자립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는다. 일자리를 소개해 줘도 취업하지 않는다. 지원에 안주하여 자립하려 하지 않는다. 보호가 연장되고, 자립이 유예되고 있다.”
이제 청년에게 다시 물어봐야 할 것이다. 왜 취업·진학을 하지 않는지, 왜 다니던 직장·학교를 그만두는지, 지원받은 생계비를 어디에 사용하는지. 질문이 잘못됐다면 옳은 답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청년은 자립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20여년간 많은 청년을 만났다. 이들은 ‘자아를 찾도록 도와 달라, 다른 사람과 유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사회가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외치고 있었다. 그리고 기성세대도 이들의 절규를 들었다. 그러나 알아채지 못했다. 기존의 패러다임에 갇혀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일본 후생성에서 나온 ‘히키코모리 지원을 위한 가이드북’에는 이를 청(소)년기의 ‘자립의 좌절’이라고 하였다. 30년여 동안 학교 밖 청소년을 지원하고 있는 일본의 한 전문가는 ‘히키코모리’를 ‘자아를 잃어버린 아이’라고 하였다.
청소년·청년의 생애 과업은 ‘사회화’ 즉, 사회의 구성원으로 성장(성숙)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을 긍정하는 자아성과 다른 사람을 수용하는 사회성이 형성돼야 한다. 이것이 청년의 자립이다.
고립·은둔 청년은 우리 사회의 사회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걸 증명한다. 원인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전한 집단·권위주의 시스템, 공동체의 해체라는 구조적 문제이다. 둘째, 기존의 사회화 전략인 ‘수용과 적응’ 전략이 더이상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해 가는 방향은 ‘행복한 개인’들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는 것이고, 이에 맞게 ‘사회화’는 ‘창조’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정부와 사회의 지원도 물질적 기회라는 충분조건을 갖추었으니, ‘인격적 기회’라는 ‘필수 조건’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여야 한다.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아직은 모른다. 그러나 지금부터 청년과 함께 고민하고 실험해 가야 할 것이다. 그 첫걸음은 청년에게 묻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질문이 잘못됐다면 옳은 답을 찾을 수가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