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복도에서 학생 간 폭력 상황, 이미지 / DALL·E 생성
학교 복도에서 학생 간 폭력 상황, 이미지 / DALL·E 생성

학교폭력 사건을 다루다 보면, 가장 복잡하고도 혼란스러운 구조 중 하나가 바로 ‘맞폭’ 상황이다. 맞폭이란 맞대응 학교폭력 신고를 의미하며, 피해 학생이 먼저 폭행을 당해 학교폭력으로 정식 신고한 이후, 가해 학생이 되려 “나도 맞았다”고 주장하며 피해 학생을 역으로 신고하는 경우를 말한다. 이때 피해 학생은 자신이 먼저 당한 사람임에도, 사건 구조상 가해자로 분류되어 학폭위에 가해학생으로 출석하게 되고, 학교폭력 조사 절차 전반에서 방어적 입장을 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된다. 단지 폭력에 대응했다는 이유만으로, 원래의 피해 사실이 상대방의 전략적 맞신고 속에 희미해지고, 그 과정에서 정의는 점점 멀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큰 오해는 “쌍방 모두 가해자이므로 양쪽 다 처분을 받아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폭력의 대상이 되었는가이며, 더 나아가 그 대응이 정당했는가, 비례했는가, 방어였는가이다. 피해 학생이 장기간 괴롭힘을 참고 참다가, 더는 견디지 못하고 위험 상황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손을 댔다면, 그것은 방어 행위로서 해석되어야 마땅하다. 그럼에도 학교폭력 조사 절차 및 학폭위 단계에서 이 맥락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하고, 물리적 접촉이 있었다는 점만으로 양쪽 모두를 대등한 가해자로 처리해버리는 일이 많다. 이는 실질의 정의가 형식의 편의 앞에 밀리는 대표적 사례다.

그래서 맞폭 상황에서는, 무엇보다 초기 대응 전략이 핵심이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학생이 정확한 맥락과 선후 관계를 중심으로 자신의 행위를 설명하는 글을 작성하는 것이다. “나도 때렸다”가 아니라, “나는 그동안 괴롭힘을 당해왔고, 그날도 위협을 느껴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손을 댔다”는 식의 서술이어야 한다. 여기에는 폭력의 지속성, 위협의 정도, 당시 심리 상태, 주변 목격자의 반응 등 모든 요소가 종합적으로 담겨야 한다. 감정적 항변이 아니라 논리적 정리, 즉 진술의 언어화가 관건이다.

이와 함께, 우호적인 주변 진술 확보, 문자나 메시지 등 사전 괴롭힘을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 확보, 교사나 친구들의 일반적인 평판 등 간접 정황 증거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실제로 법원은 이런 자료가 충분히 갖추어진 경우, 해당 행위가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학폭위의 처분 자체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판단은 대부분 학폭위 이후의 행정소송 절차에서 이루어지므로, 학폭위 단계에서 불리한 결정을 받지 않도록 처음부터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학교폭력 제도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지만, 때로는 그 제도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되기도 한다. 맞폭 상황에서 발생하는 역전 현상은, 보호받아야 할 학생이 ‘방어자’가 아닌 ‘가해자’의 자리에 놓이는 제도의 비극이다. 따라서 우리는 행위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행위의 실질, 의도의 정당성, 상황의 비대칭성을 중심에 두고 판단을 재구성해야 한다. 정당한 방어가 폭력으로 전환되지 않도록, 절차와 기록의 단계에서부터 우리는 명확하게 대응해야 한다.

맞폭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그것은 구조적 오해를 만드는 프레임이며, 대응이 늦으면 진실보다 기록이 앞서는 구조다. 그 구조 속에서 내 아이가 가해자가 되지 않게 하려면, 정의의 실체를 알고 있는 어른의 전략적 개입이 반드시 필요하다.

정당방위는 말로 주장되는 것이 아니라, 사실로 정리되고 문장으로 설득되어야 한다.

(전)김 ∙ 장 법률사무소 근무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오정환
(전)김 ∙ 장 법률사무소 근무 |  법무법인 화온 대표변호사 오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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