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끝난 뒤 폐허 속에서 해외 원조에 의존하던 대한민국은 경제 강국이 됐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2020년 기준 세계 10위다. 문화적으로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은 팝음악의 본고장인 2018년 미국에서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랐다. 드라마, 게임, 한식 등의 한류가 중국·일본·동남아시아를 넘어 미국·유럽·중남미까지 번져가고 있다.
한국의 저력을 꼽으라면 단언컨대‘교육’일 것이다. 부존자원이 없는 열악한 현실을 딛고 세계 10위권 경제로 도약할 수 있었던 힘은 한국인의 교육에 대한 열정과 뛰어난 두뇌 때문이다. 선진국을 뛰어넘는 고등교육 이수율, 국외 유학생 규모, 수학올림피아드와 OECD 국제학업성취도 실력에서 우수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지만 문제점도 많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급격한 인구 감소와 고령화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힘들다 보니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반면에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고령화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결혼해도 아이를 잘 낳으려고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출생아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이어지면서 경제 성장 동력의 약화로 귀결된다. 인구는 줄고 있지만 노인 인구는 오히려 큰 폭으로 늘고 있다. 가파른 고령화는 국민연금 수급자 급증에 따른 재정 고갈과 의료비 지출, 노인 빈곤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미래를 어둡게 하는 근본 요인은 불안하고 나약한 청년들이다. 우리 청년들은 창업보다는 안정된 생활을 선호한다. 세계를 주름잡는 사업가들이나 인류의 삶을 향상시키는 과학자를 꿈꾸는 대신 공무원을 최고의 직업으로 꼽고, 안정된 수입이 보장되는 건물주를 꿈꾸는 청년들이 많다.
그러나 이런 현상을 청년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한국 사회의 구조가 청년의 삶을 팍팍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저성장의 늪에 빠져 좋은 일자리가 줄어들고 청년실업률도 높은 편이다. 청년 인력의 수준이 고학력에다 동질적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청년들이 중간 수준의 일자리를 찾게 되고, 저숙련 3D 일자리를 기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문제는 중간 수준의 일자리가 자동화를 비롯한 기술 혁신으로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청년실업률을 줄이기 위해서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우선할 것은 무한 입시경쟁과 극단적인 학벌 사회의 현실을 구조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점이다. 대졸자와 고졸자, 명문대와 비문명문대, 인기학과와 비인기학과의 임금 격차를 최대한 줄여야 하며, 격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개선해야 한다. 모두가 대학에 가는 게 아니라, 필요한 사람만 가도록 해야만 건강하고 효율적인 인재의 사회적 재배치가 가능해진다. 고비용 저효율의 극한 경쟁을 완화하도록 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