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19일 군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 지역 초등학생 단원 첫 공식 합주 무대 성료 -
군산문화관광재단(이사장 강임준, 이하 재단)이 운영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군산’이 19일 저녁 군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에서 창단연주회 ‘우리가 만드는 세상’을 열고 첫 공식 무대를 마쳤다. 군산 지역 초등학교 3~6학년으로 구성된 단원 51명은 9명의 전문 강사진과 함께 무대에 올라, 약 1년간 이어진 음악 교육의 성과를 시민에게 선보였다.
공연의 문은 그리그의 ‘페르 귄트 모음곡’이 열었다. 단원들은 지휘를 따라가며 박자와 프레이징을 끝까지 유지해, 첫 공식 무대에서 요구되는 기본기를 안정적으로 보여줬다. 이어 영화 ‘해리 포터’의 음악을 엮은 ‘The Magic of Harry Potter’가 연주되자 객석에서는 익숙한 선율에 맞춰 자연스럽게 발을 굴리며 박자를 맞추는 관객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1부의 마지막 곡은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4악장이었다. 비교적 빠른 템포와 역동적인 전개가 이어지는 곡이지만, 단원들은 흐름을 놓치지 않고 끝까지 곡을 완주했다.
휴식 이후 2부에서는 분위기가 한층 부드러워졌다. ‘고요한 밤’, ‘징글벨’, ‘The First Noel- 저 들 밖에’ 등 캐럴이 차례로 이어지며 연말 정서를 물씬 띄웠고, 중간 무대에서는 군산 YMCA 소년소녀합창단이 합류해 합창과 ‘꿈의 오케스트라 군산’이 함께하는 편성을 선보였다. YMCA 소년소녀합창단은 ‘조금 느린 아이’, ‘다 잘 될 거야’, ‘손에 손잡고’ 등을 통해 메시지 중심의 노랫말을 전했고, 관현악과 어우러진 합창의 울림은 객석의 몰입도를 한층 끌어올렸다. 객석에는 단원 가족과 시민이 고르게 자리해, 곡이 끝날 때마다 무대 위 아이들에게 향하는 큰 박수가 이어졌다.
‘꿈의 오케스트라 군산’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추진하는 전국 단위 ‘꿈의 오케스트라’ 사업의 지역 거점 가운데 하나다. 군산 예비 거점은 2024년 사업을 시작한 뒤, 2025년부터 단원을 본격 모집해 주 2~3회 정기 합주와 파트별 지도를 진행하고 있다. 사업 방향은 베네수엘라에서 출발한 음악 교육 운동 ‘엘 시스테마(El Sistema)’의 정신을 토대로, 합주를 통해 협력과 책임감, 타인에 대한 공감을 익히도록 돕는 데 맞춰져 있다. 악기 기량 향상뿐 아니라 또래와 함께 연습하고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을 온전히 경험하게 함으로써,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 변화를 체감하도록 설계된 구조다.
지휘와 음악감독은 바이올리니스트 출신 이상훈이 맡았다. 이 감독은 리허설과 본 공연 내내 아이들이 긴장 속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박과 템포를 안정적으로 이끄는 데 초점을 맞춘 모습이었다. 플릇 김정은, 클라리넷 홍선숙, 바이올린 이서형·송선희, 비올라 한유진, 첼로 백윤정, 트럼펫 정상춘, 타악 장휘 등 각 악기 전공자로 구성된 9명의 강사진은 기초 연주법과 앙상블 훈련, 공연 준비까지 전 과정을 전담했다. 공연 당일에도 무대 위·뒤에서 동선과 악보를 세심하게 보조하며, 지휘자와 함께 단원들의 연주를 실질적으로 뒷받침했다.
교육·문화 정책의 관점에서 이번 창단연주회는 군산에서 청소년 오케스트라 기반이 본격적으로 갖춰지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읽힌다. 학교 수업만으로는 충분히 다루기 어려운 정기 합주와 공연 준비 과정을 공공 영역이 체계적으로 제공함으로써, 가정 형편이나 레슨 여건에 따른 음악 교육 격차를 완화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산예술의전당 대공연장을 정식 무대로 삼았다는 사실은, 단원들에게 “전문 공연장에서 끝까지 연주를 마쳤다”는 객관적인 성취 경험을 남긴다. 이런 경험이 누적될수록 청소년 오케스트라는 향후 군산시 도시 브랜드와 각종 축제·기념행사의 상징적인 무대로 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예산과 인력 지원이 일시적으로 그칠 경우 프로그램이 단기 체험형 사업으로 축소될 위험도 존재해, 안정적인 재원 구조와 장기 로드맵 수립의 필요성이 함께 제기된다.
전체 공연은 프로그램 순서에 맞춰 큰 흔들림 없이 진행됐다. 객석에서는 아이들이 끝까지 무대를 완주했다는 사실에 더 크게 반응하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공연이 끝난 뒤 로비에서는 악기를 든 단원들과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남기며, 각자의 방식으로 이날의 경험을 정리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재단은 이번 창단연주회를 하나의 마침표가 아닌 출발점으로 두고, 정기 연주회와 찾아가는 공연 등 보다 다층적인 후속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일회성 무대를 위한 단체에 머무르지 않고, 일상 속에서 아이들과 시민을 잇는 문화 매개체로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군산이 지향하는 ‘문화·교육 도시’의 방향을 실제 현장에서 구현하는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
기자의 눈에 이날 공연의 장면들은 군산의 현재와 몇 년 뒤를 동시에 비추는 화면처럼 포개진다. 공연장을 가득 채운 가족 관객과 학생들은 공공 공연장이 특정 장르 애호가만의 공간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가 자연스럽게 모여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생활 문화공간이 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줬다.
지금도 무대 뒤에서 악기를 정리하던 단원들의 표정이 또렷하다. “힘들었지만 재밌었다”, “다음에는 더 어려운 곡을 해보고 싶다”는 아이들의 짧은 한마디에 첫 무대를 끝낸 안도감과 다음 단계를 향한 기대가 겹쳐져 있다. 이런 경험이 차곡차곡 쌓일수록, 군산이 그리는 문화도시의 방향과 청소년 예술교육의 진로 역시 아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점차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