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교육의 사다리를 복원해야 한다

2023-05-30     홍동윤 기자

대학 입시는 지옥 벗어나기 프로젝트 같다. 좋은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면 지옥 같은 나락에 빠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한다. 이 지옥을 벗어나는 문은 바늘구멍이다. 그렇기에 학생들은 숨 돌릴 틈이 없다. 지치지 않고 달리기 위해서는 부모의 재력과 정보력이 필수다. 지역과 빈부, 부모의 직업에 따라 결정되는 것, 대학 입시는 불평등의 또 다른 이름이다.

이 불평등의 양상을 잘 보여주는 건 사교육비의 격차 문제다. 연도별 사교육비 조사 표본의 소득별 분포를 비교해보면, 200만원 미만의 경우 2007년 대비 2019년에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반면, 700만원 이상의 경우 2007년 대비 2019년에 4배 정도로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장기 분석 결과 고소득구간으로 갈수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커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6.6% 증가한 53만 9000원, 200만원 미만 가구는 10만 4000원으로 나타났다. 즉, 고소득층 가구가 저소득층 가구보다 사교육비에 5.2배 더 투자했다.

또한, 소득구간 별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지출의 분포를 볼 때, 200만원 미만 구간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도 낮고 상대적으로 소액을 지출하는 학생의 비중이 높은데 비해, 700만원 이상 구간의 경우 사교육 참여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고액을 지출하는 학생의 비중도 높다. 결국 대학 입시에 있어 사교육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지며, 사교육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의 돈이 있는 집안 자녀들만이 입시에 유리해지게 된다.

현재 한국의 공교육은 불평등을 적극적으로 방관하고 있다. 2023년 기준 한 해 약 97조원을 다루는 교육청의 막대한 예산으로 교육 당국은 무엇을 한 것일까? 교육복지에 힘을 쓰고, 디지털 교육의 기반을 마련하며, 혁신학교를 실험하는 등의 도전과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사교육비 문제 앞에서 전문가들은 유구무언이며 속수무책이다.

공교육이 변해야 한다. 공교육의 강의 내용과 질을 개선해야 한다. 먼저 학교 선생님들의 수업 방식과 내신 문제가 현재의 교육과정에 부합한 것인지, 수능의 기조와 유사한 형태의 문제들인지에 대해 교육 당국이 치밀하게 검토해야 한다. 영어 사교육을 줄이기 위해 영어교육의 내실화 계획이 현장에 안착하도록 서둘러야 하고, 수학에 대한 학생별 맞춤형 교육도 필요하다. 학교와 교사는 학생의 학력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중산층 이하 저소득층 아이들만이라도 사교육으로 내몰지 말고 공교육이 책임을 다해야 한다.

열심히 공부한 만큼 결실을 얻을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배운 것 없고, 가난했던 부모 세대는 피땀 어린 헌신으로 자식 세대에게 든든한 사다리를 만들어주었다. 자식 세대에게 더 나은 삶을 물려 주고 싶었던 부모 세대의 열망은 수많은 개천의 용들을 키워냈다. 하지만 지금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없는 환경이다. 교육이 사다리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개인의 노력보다 부모의 경제력과 배경이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게 되었다. 공정한 경쟁과 평등한 기회가 상식이 되는 사회, 누구나 노력하면 정점까지 오를 수 있는 교육의 사다리를 더 늦기 전에 찾아야 한다.

교육부장 홍동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