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 교육계의 큰형, 인천교총회장 이대형 “학벌주의 완화와 공교육 내실화가 교육개혁의 시발점”

2023-07-02     홍동윤 기자
인천광역시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이대형

이대형 인천교총회장은 40년 동안 교육자로서 외길을 걸어왔다. 19년 6개월 동안 중등교육 현장을 두루 경험했고, 20년 넘게 경인교육대학교에서 초등교사 양성에 매진했다. 그는 항상 학력 신장과 인성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교권 회복과 교육 재정의 효율적 운영과 관리에 대해 발언하고 실천하는 등 공교육의 현안을 살펴왔다.

이에 경인미래교육신문은 창간을 맞이하여 첫 인터뷰로 이대형회장을 만났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인천교총 회장 이대형(좌)과 본지 교육부장 홍동윤(우)

Q 인천교총의 최근 활동에 대해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현재 인천교총에서는 학생의 학교폭력 행위와 학부모의 악성 민원으로 발생하는 교권 침해 분쟁에 대비해 교권옹호기금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교권 침해 문제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교사들에게 변호사 상담 및 선임 등에 관한 법률지원을 신속하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Q 교권 실추, 교권 추락, 공교육 붕괴 등의 표현이 많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교권 회복과 관련한 회장님과 인천교총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요?

“교육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조리와 불미스러운 사태들은 교사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공교육의 안정적인 학업 분위기를 훼손합니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간의 다툼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이 학교 담장을 넘어 사법 기관의 힘을 빌리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이는 교권 침해뿐 아니라 학급 동료들의 수업권까지 침해하는 행위라서 교육의 질 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인천교총은 교사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교육 발전의 기반이 될 수 있는 정책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듣고, 올바른 대안을 계속 제시하려고 합니다. 인천교총은 교사가 책임감을 갖고 적극적으로 학생을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며, 교원들에게 열의와 사명감을 찾아드리고 싶습니다.”

Q 인천시교육청의 현금성 지원을 둘러싼 논란이 많습니다.

인천시교육청은 올해 260개 초등학교 신입생 약 2만 6000여 명에게 초등입학준비금 명목으로 1인당 20만원씩 현금을 지급했습니다. 또 초등학교 4학년에게는 노트북을, 6학년은 수학여행비 45만원을 지급했습니다. 269개 중고등학교 신입생에게는 체육복을 지원했습니다. 교육 복지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필요하다고 여기지만, 선심성 현금 살포는 간과할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인의 인기영합주의와 다를 바 없고, 혈세 낭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더 문제가 생기는 건 개별 학교에 투입돼야 할 예산 지원이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혈세를 낭비하는 현금지원 방식을 중단하고, 교육 예산을 각 학교에 직접 배분될 수 있도록 방법을 바꿔야 합니다.”

Q 교육부의 수능 킬러(초고난도)문항 배제 방침을 갖고 논란이 많습니다.

시기상의 부적절함에도 불구하고, 수능 킬러 문항 배제는 필요한 조치입니다. 문제를 배배 꼬아내는 킬러 문항은 어렵습니다. 이는 학생들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내용이며, 부모의 배경이나 거주지역 특성상 사교육에 접근하기 쉽지 않은 학생들의 경우 월 200만~300만원을 내고 킬러 문항에 대비한다는 건 불가능합니다. 킬러 문항 출제는 불공정한 것이라서, 그 배제 방침에는 공감합니다.”

Q 킬러 문항을 배제한다고 해도 사교육비 문제가 금방 해결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사교육비 문제는 수능 난이도 조절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킬러 문항은 입시 체제가 갖는 구조적 문제의 작은 부분에 불과합니다. 청소년 인구는 줄어드는데, 사교육시장의 몸집은 2000년 12조원에서 현재 26조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습니다. 학원·과외에 월 200만원 이상 쓰는 가정도 많다고 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20~30대 청년들은 출산을 기피합니다. 어려운 수능과 비대한 사교육, 세계 최저 출생률 간에는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모두가 학교 수업만으로 대입을 준비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여깁니다. 사교육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생각하니까, 사교육비가 급증하고 있는 겁니다.”

Q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 구조의 완화를 위한 총체적 개혁 방안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학교에서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어떤 대학을 나왔느냐가 인생을 좌우하니까, 학원과 일타강사로 돈이 몰립니다. 학생들이 학교에선 잠을 자고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게 일상화됐는데도, 교육청과 학교에선 위기의식이 없습니다. 인기 학원 강사처럼 치열하게 수업방법을 고민하는 교사들도 거의 없습니다.

안일한 학교·교사·교육청, 대학 간판이 실력을 보장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사교육의 실질적인 후원자입니다. 공교육이 개성과 실력이 천차만별인 학생들을 전부 소화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반성해야 합니다. 특목고나 자사고 안에서조차 수업 별로 수준차가 심한 경우가 많습니다. 수능을 수술하는 것과 함께 등급별 상대평가로 진행하는 내신도 고쳐야 합니다. 한두 문제 차이로 등급이 갈리고, 그에 따라 수시지원 대학이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학교에서는 학생들 간의 경쟁과 시험에서 실수하지 않기 위한 문제 풀이 기술 연마에만 몰두하고 있습니다.

학교와 사회가 많이 달라져야 합니다. 수능을 기초학력 검증 수단으로 사용하면서 대학에 선발 자율권을 보장해야 합니다. 대신 학생선발 기준을 설명하는 기제를 마련해 투명성을 갖추게 하면 공정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학벌주의와 대학 서열 구조가 존속하는 한 사교육비 증가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사교육비 급증의 원인으로 꼽히는 대학 서열화 풍조를 타파해야 합니다.

대학 서열과 노동임금, 저출산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합니다. 임금구조의 격차를 없애고, 인재 선발 방식에서 학벌주의를 척결해야 합니다. 대학 서열이 취업에서 임금으로 환산되다 보니까, 입시경쟁의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릅니다. 대학 서열 체제를 획기적으로 완화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실천할 방법은 수능을 자격고사화하고, 대학 자율로 학생을 선발하게 하는 것입니다. ”

Q 공교육의 내실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을 말씀해 주십시오.

“입시경쟁이 학교 교육의 최고 가치가 되면서 교사는 학생의 성장을 돕는 역할보다는 입시 지도에 주력하는 성적관리자로 전락했습니다. 학교 활동에 대한 평가와 내신의 비중이 높아졌지만, 오히려 성적관리자로서의 교사의 역할만 강화시킨 결과를 낳았습니다. 공교육의 내실화란 학교에서 소외되는 사람 없이 모든 학생의 배움과 성장이 일어나도록 하는 것입니다.

출발점은 정상적인 수업과 활동입니다. 이를 위해선 교사의 수업권이 보장되어야 하며, 자율적인 학교 운영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교사가 권위를 갖기 위해서는 가르치는 교과목에 정통해야 합니다.

직위상의 권위만으로는 부족하며, 교과목의 권위자가 되어야 합니다. 현재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학생들의 수업 방해, 수업 시간에 잠자기, 교사의 평가에 대한 불신 등은 교사의 지적 권위가 작동되지 않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관료적 학교 문화와 교육 행정도 교사의 권위를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교사는 자율성의 행사에 상당한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입시 중심이라는 교육 조건에다가 교장-교육청-교육부의 지휘를 따라야 하는 관료적 교육 행정도 교사의 자율성을 많이 제약하고 있습니다. 공교육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교사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야 합니다.

우선 불필요한 공문부터 대폭 줄여야 합니다. 입시 교육의 많은 부분을 학교로 수렴해 선생님들이 지적 권위를 갖고 학생들을 열심히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

 

인천광역시 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이대형

이대형회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교육의 앞날을 걱정하시는 독자 여러분들께서 더 많은 지혜와 의견을 교육계에 전달해주시면, 그 고견을 모아서 좋은 정책으로 다듬어 한국교총, 교육청, 교육부에 제안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회장은 현재 ‘교육명탐정 이대형 교수’라는 교육전문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면서, 인천시민들과 활발히 소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