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래 인재와 교육 개혁

2023-06-24     홍동윤 기자

2016년 세계경제포럼은 21세기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을 4C로 정의한 바 있다. 4C는 창의성creativity, 협업 능력collaboration, 의사 소통 능력communication skill, 비판적 사고 능력 critical Thingking이다.《최고의 교육》이란 책에서는 4C에서 더 나아가 6C를 언급한다. 콘텐츠contents와 자신감confidence을 추가해 6C를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정의한 바 있다.

미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우리 교육계의 준비는 어떠한가? 입시 제도와 진학 지도에 얽매이다 보니까 준비가 미흡하다. 대입 시험에서 비교적 영향력이 큰 요소들을 뽑아 보면 수능, 내신, 논술, 비교과 활동이 있다. 문제는 이 네 가지를 학생이 전부 따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점은 어떤 공부도 미래 인재의 역량인 비판적·창의적 사고 향상과는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다.

최근 수능의 시험 내용은 암기식 위주의 학력고사와 다를 바 없는 형태로 변질됐다. 본질은 단순 객관식인데, 암기형이라는 비판을 피하려니까, 문제를 이중 삼중으로 비틀고 꼬이게 만든다. 문제에 주어진 다섯 개의 선지가 유사할수록 난이도가 높다. 선지의 유사도에 따라 난이도가 결정되고, 그 미묘한 차이를 구별해 내는 것이 우수한 능력으로 평가받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수능과 사교육이 긴밀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의 c학원 수강생들의 진학 실적을 보면, 올해 의과대학 정시 합격자 절반이 이 학원에서 나왔다. 2023년도 39개 의대의 정시 총정원이 941명인데, 49.9%인 470명이 c학원 출신이다. 이 학원의 성공 비결은‘킬러문항’공략이다.‘킬러문항’은‘풀이 과정과 시간을 늘려놓은 문항’이라서 해마다 비슷한 패턴으로 출제돼 유사 문제를 만들어 대비할 수 있다. 수능에서 가장 어려운 한두 문제를 더 맞히는 방식으로 수능의 변별력이 작동하고 있다.

수능은 학생들의 테크닉과 감을 측정하는 시험이 되었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게 하는 오지선다형 시험은 반복연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 교과 이해도나 사고력보다 시험 문제 풀이 기술로 고득점이 좌우된다. 재수생과 N수생이 증가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는 것이다. 문제 풀이에 대한 반복적인 기술 습득으로 대학을 가게 하는‘수능’을 자격고사화하거나 폐지해야 할 때가 됐다.

일본은 한국의 수능에 해당하는‘센터시험’을 2020년에 폐지했다. 기존의 주입식·획일식 교육으로는 미래 인재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결단을 내렸다. 대신에 IB 시험을 도입했다. 한국과 일본은 교육 측면에서 많은 공통점이 있다. 대학 입시 대비를 위한 지식 위주의 주입식 교육, 일류 대학 진학을 위한 소모적 경쟁 등도 비슷하다. 이런 교육으로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경쟁력을 갖춘 미래 인재를 기를 수 없다는 성찰이 IB 노하우를 전체 학교로 확산시키겠다는 시도로 이어진 것이다.

일본처럼 IB를 도입하자는 얘기가 아니다. 지금의 교육 방식과 수능 같은 낡은 시험 제도를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하자는 제언이다. 교육 개혁을 한다고 학교 문을 닫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는 없다. 현 교육 시스템의 장점을 버리지 않은 채, 동시에 개혁할 점은 과감하고 냉정하게 바꾸는 것이 진정한 개혁일 것이다.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는 국제 바칼로레아의 준말이다. IB는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라는 민간 비영리 교육재단의 스위스 제네바 본부에서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이다. IB는 세계 주요 대학들로부터 입학시험으로 신뢰받고 있다. IB 교육 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영어, 불어, 스페인어로 운영된다. 2022년 12월 기준 전 세계적으로 7,5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으며, 159개국 5,651개 이상의 학교에 IB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교육부장 홍동윤